20200930 일기, 끄적

원래 명절 전날은 느긋하게 준비하시길래 2시쯤 찾아갔더니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전이랑 튀김은 이미 끝났고 조금 더 고난이도인 산적이랑 생선굽기를 하고 계셨다. 그래서 뭐 어제 드렸어야할 제숙봉투 전해드리고 친척어른 옆에서 잔소리 들을 준비하고 있었다...가 늘 늦게 오던 나의 미혼 동료인 사촌오빠가 일찍왔길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낚시를 가자길래 읭?하고 따라나섰다. 아마도 결혼 크리티컬을 피하려고 그런거 같았다. 낚시는 티비랑 친구 얘기로만 들었었눈데 오옹!


결과부터 말하면 낚시는 참으로 힘든 것이었다. 저질체력인 나는 낚시 스팟을 찾아 현무암으로 뒤덮힌 해안을 걸어다니다 넉다운됬다. 해안도로에서 볼땐 100미터도 안되보였는데 직접 들어가보니 300미터는 되는거같았다. 게다가 현무암이 엄청 들쭉날쭉하고 날카롭고 물도 중간중간 고여있고. 오빠는 나보다 n살이나 많은데도 어떻게 그렇게 날랜 날다람쥐 같이 나는듯 뛰어가는지! 해질때까지 한시간반도 남지않아서 그런건 알겠는데..

'여기 아니다! 저쪽에서 했던거 같아!이동~!!'

이 소릴 두번째 들을때쯤 이미 온몸이 땀범벅이었고, 나는 소심하게 반항했다.

'이러다 해 지겠네!ㅋㅋㅋㅋㅋㅋ'

헉헉거리며 금방이라도 집에 가겠다고 말할것 같은 나를 보며 방파제로 가보자고 딜을 하길래 그러자고 했다. 거긴 좀 낫겠지 싶었다.

그러다 도착한 포구에 주차를 하다가 앞에 한번 던져보자고해서 낚시대를 처음으로 드리웠다. 오빠는 낚시대를 나에게 건내고 담배 한대를 물었다. 이때 깨달았다. 오빠는 크리티컬을 피해 담배피러 온거고 난 낚시 받침대로 온거구나.......
지나가던 아저씨가 여기는 항구라 추접해서(더러워서) 고기 안잡는게 좋지않냐고 한마디하자 오빠는 바로 접고 역시 방파제로 가자하고. 그래서 다시 짐을 챙겨 방파제로 걸어갔다. 참고로 오빠는 낚시 고수는 아니고 취미인 사람..

추석 연휴에 놀러온 관광객으로 보이는 연인들이 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뒤에 세워놓은 차에서는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음악을 크게 틀어놨더라. 오늘은 구름이 심하게 껴서 한라한도 보이지않고있고 아마 노을도 보이지 않을것이야 연인들아..

아무튼
방파제 삼발이가 낚시하는 분들이 있는 곳읔 위쪽은 평평해서 이동하기는 편했다. 그래도 바로 옆에 출렁이는 바닷물 때문에 멀미나서 걷다가 옆에 떨어질거 같아서 완전 쫄보처럼 오빠 뒤를 더듬더듬 따라갔다.

낚시대를 드리우면 바닥에 걸리고 다시 드리우면 내가 놓치고 난리..그래도 몇마리는 잡았는데  두마리는 좀 먹을만큼 큰 걸로 잡았고, 한마리는 잡았는데 내 실수로 구경도 못해보고 옆에 어슬렁거리던 고양이에게 뺏겼으며, 한마리는 더 큰 고기를 낚기위해 미끼로 희생했으나 도망갔는데 얘는 결국 다시 잡혀서 고양이에게 헌납했다..그외에 내가 놓친게 대여섯마리, 너무 작아서 놔준애 두마리정도. 결국 제대로 잡은 두마리도 방생하고 빈손으로 돌아오긴했는데 그래도 나름 재미는 있었다. 시간도 엄청 잘 가고. 하지만 낚시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걸 절실히 깨달았다. 난 방구석이 젤 좋아. 바다는 노을 구경, 파도 구경하는게 젤 좋아..


..하지만 즐겁게만 흘러가진 않는법.
집에 돌아와서는 예상하던대로 친척어른의 결혼얘기로 크리티컬..을 내가 맞을 뻔 했는데 내보다 나이 많은 사촌오빠가 맞았다.
한시간 넘게 듣고 있으려니 답답하기도 하고, 나중에 재산 문제까지 생각한다면 참한 며느리로 얻고싶은 어르신 생각도 어느정도 이해되기도 하지만,
내가 볼때는 그냥
결혼을 전체로 데려온 여자분을 인정해주고, 그냥 행복하게 잘 살길 빌어주셨으면 됬는데..아니면 앞으로라도 그렇게 해주심 될텐데..
하..돈이 많네 없네, 나이가 많다 적다 등등 수많은 전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돈 없는 집에서 자라고 물려받을 돈도 없고 예쁘지도 않고 나이도 많은 나는 듣고있디 민망해서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난 독립하면 친척집 발길 끊어야지.
명절은 정말 힘들다.



덧글

  • 하로 2020/10/03 20:02 #

    저는 조부모님이 재작년에, 그리고 올해 돌아가시고 나서는 더이상 그런 얘기 안 들을거라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큰아버지 큰어머니가 그러셔서 일부러라도 연휴때 당직을 서버립니다 -_-

    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 빈소에서도 그러시길래 일부러 두분 계시는 앞에서 사촌들 (누나, 여동생) 매형이랑 매제한테
    그래서 두분은 결혼 전보다 확실히 행복하냐고 물었더니 선뜻 말 못하고 머뭇머뭇 하길래 ㅎㅎㅎ
    보셨죠? 저는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행복한데 말이죠 ㅎㅎ 하고 면박 드렸는데도 이번에도 또 그런 소릴 ㅎㅎ

    ... 그나저나 저러고 나서 매형은 괜찮았지만 매제는.. 바로 동생에게 끌려가서 면박을 당했다죠..ㅋㅋ
  • 빨강별 2020/10/16 18:22 #

    정답입니다! 연휴엔 일을해야지!
    앞으로 방어가 더욱 힘들것으로 예상되요하핳....

    매형과 매제님은 착한분들 같네요. 솔직히 대답할까말까 고민한 흔적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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